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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살짝 긴 리뷰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공감과 소통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들

by 가리봉맨 2015.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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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양장)대성당 (양장) - 10점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문학동네


   도서정가제 대란 때 사놓고 이제서야 읽었다. 대성당은 김연수 작가가 번역하고 무라카미 하루키와 김중혁 작가가 극찬한 소설집이다. 이 세 작가의 책들로 책장 한 줄을 다 채웠을 정도로 나는 그들의 열렬한 팬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도 전에 이미 후한 점수를 줬다.

  자랑은 아니지만 작가인 레이먼드 카버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레이먼드 카버는 미국인이고 소설들은 모두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게다가 시대 배경까지 20세기 초중반이다. 그래서 그 당시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이질감이 느껴질만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사람 사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하지 않던가. 소설을 읽는데에 그닥 방해되지 않는다. 어쩌면 작가가 시대와 국적을 초월한 그 무엇을 잘 끄집어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는 모두 열 두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모두 멋진 단편들이지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과 "대성당"을 최고로 꼽고 싶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참고하시길..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갑작스럽게 아이를 읽은 부모의 슬픔을 잔인할 정도로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전혀 뜻밖의 장소, 기대하지 않았던 인물로부터 특별하지 않은 방법으로 큰 위로를 받는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더 큰 공감을 느낄 것이다. 

  표제작 "대성당"은 책의 제일 끝부분에 있다. 이 단편을 먼저 읽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순서대로 모두 읽었다. 그리고 기다림의 보상을 충분히 받았다. 대성당은 아내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다. 그 친구가 남자고 남편에게 못할 말도 털어놓을 정도로 특별한 사이라는 점이 조금 특이하다. 거기다 그 친구가 맹인이라는 사실이 더해져서 이야기는 더욱 특이해진다. 이 친구가 주인공 부부의 집을 방문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은 시종일관 짜증스럽고 불만 가득한 태도로 그 친구를 대한다. 그러다 어떤 계기를 통해 극적으로 그와 거의 완벽한 공감과 소통을 경험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기분 좋은 소름이 돋는 것을 경험했다. 

  김연수 작가가 레이먼드 카버를 좋아하고 작품을 번역까지 한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김연수는 여러 작품을 통해 "사람이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던져왔다. 아마 레이먼드 카버가 그 물음에 대한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답을 주는 작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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