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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살짝 긴 리뷰

[죽여 마땅한 사람들 - 피터 스완슨] 생각없이 쭉쭉 읽히는 스릴러 소설

by 가리봉맨 2016.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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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에 선정돼서 책을 받아본 다음 날부터 오늘까지 배탈이 나서 고생 중이다. 지금은 죽 집에서 주문한 죽을 기다리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 컨디션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딱 4일 만에 책을 다 읽었다. 나는 걸어서 (또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그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없다. 또 퇴근하면 미취학 아동 둘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독서를 하는데 있어 악조건임에도 불구하고 4일만에 책을 다 읽은 것이다! 그만큼 재밌다는 말도 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말도 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책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다 읽은 지 하루 지났다고 줄거리나 등장인물 이름이 가물가물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고 했던가). 그래도 간단히 얘기하자면 이 소설은 살인을 소재로 한 스릴러 장르에 속한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쳐'와 분위기가 상당히 흡사하다. 물론 줄거리는 완전히 다르다. 주변 환경에 대한 자세한 묘사라던가 주인공이 범죄 사실을 감추기 위해 다양한 알리바이를 꾸미는 것 등이 비슷하다. 후자는 대부분의 스릴러가 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다. 사실 제대로 읽어 본 스릴러 소설이 몇 권 안 된다. 내가 겁이 좀 많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주 배경인 케네윅이라는 곳이 실제 있는 곳인지 궁금하다. 귀차니즘으로 아직 검색은 안 해봤다. 실제 있는 곳이라면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설 속에서 매우 아름답게 묘사된다. 바닷가 산책길은 물론이고 호텔과 호텔의 바에도 한번 가보고 싶다. 바에서 주인공이 마신 샘 라이트를 마시고 싶다. 끝에서 불빛이 나오는 연장 이름 같지만 바에서 주문 한거니까 술이겠지?

이 소설에는 직유법이 유난히 많이 쓰였다. 예를 들어 "3루에서 태어난 주제에 자기가 3루타를 쳤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이라는 부분. 역시 미국은 야구의 나라인가, 금수저를 이렇게 표현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피식 웃었다. 쓰고 나니 직유인지 은유인지 헷갈린다. 또, "자동차 세일즈맨이 좌석 시트를 천연 가죽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솔직히 말하면서도 비싼 네비게이션은 어떻게든 팔려고 하는 것처럼"이라는 문장도 있다. 얼마 전에 차를 사며 비슷한 경험을 했다. 100% 동감한다. 하지만 난 그 세일즈맨이 사기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틀란과 지니 중에 고심 끝에 결정한 아틀란의 성능에 정말 만족한다. 딱 한 번 산속 막다른 길로 안내한 적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블럭버스터 영화는 아무 이유없이 때리고 부순다. TV 예능 프로는 맥락없이 그냥 웃긴다. 소설이라고 이러지 말란 법이 어디 있겠는가. 오래간만에 짧은 시간에 끝페이지를 넘기며 책을 덮는 경험을 했다. 중간에 책갈피를 꽂아 놓은 채 책장에 쌓아 놓은 책들을 보며 은근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이 책은 그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줬다. 고맙다. 작가의 다음 책이 기대되고 꼭 사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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