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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살짝 긴 리뷰

[책 리뷰] 나는 돈이 없어도 경매를 한다 - 이현정

by 가리봉맨 2019.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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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린 책인데 한 챕터가 통째로 찢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매 사이트들을 소개한 챕터였다. 화가 났다. 꼭 필요한 내용이라면 돈을 투자해 책을 사든지 시간을 투자해서 베껴 적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재테크 책인데 최소한의 투자도 없이 지식을 도둑질한 사람은 단언컨대 결코 재테크에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덕분에 나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전자책으로 다시 사서 봤다.

찢어진 챕터의 제목은 "16장 당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 경매 사이트에 있다!"이다. 소개된 사이트는 대법원 법원경매정보(www.courtauction.go.kr), 네이버 부동산 경매(land.naver.com/auction), 굿옥션(www.goodauction.co.kr) 등이다. 네이버 부동산 경매에는 초보자를 위한 동영상 강의도 무료로 제공된다고 한다. 굿옥션은 유료 사이트다.

"66장 특이하지 않은 특이한 물건 고르기" 챕터에 소개된 온비드(www.onobid.co.kr)는 일반 경매가 아닌 공매 사이트다. 공매는 나라와 관련된 물건이 거래되는 것이라고 한다. 경매가 개인에 의한 사적 경매라면 공매는 나라에 의한 공적 경매다. 공매의 특징이자 장점은 온라인 입찰만 가능해서 법정에 찾아갈 필요가 없고, 경매보다 경쟁이 낮은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입문자에게는 무리라고 한다. 장점만 잔뜩 늘어놓고 왜 무리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어서 좀 의아하다. 아무래도 거래 물건과 정보의 양이 많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공매 물건 중 공기업의 사택이 특히 좋은데 위치가 좋고, 명도가 필요 없고, 내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으며 한 지역에서 여러 개를 낙찰받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꼭 공기업이 아니더라도 큰 기업의 사택도 비슷한 장점이 있지 않을까? 제주 근무 당시 관계사 N사의 사택은 집주인이 회사가 아니라 개인이라고 들었다. 분명 회사 사택인데 집주인이 계약 연장을 원하지 않아서 나가야 할 상황에 처한 직원을 본 적이 있다. 전부 개인 소유인데 회사가 임대료만 지급하는 형태인지, 회사 소유인 집과 개인 소유인 집이 섞여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N사는 매출이 높고 섬이라는 특성상 사택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공실 위험성이 적을 것 같다. 또 관계사이기 때문에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세입자가 집을 막 쓰거나 상식 밖의 행동을 할 가능성도 적을 것이다. 매물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낙찰 받은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을 점유자라고 하는데 이들을 내보내는 일을 명도라고 한다. 명도 난이도는 애초에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같은 가격이면 명도가 쉬운 집을 고르면 된다고 한다. 저자는 몇몇 명도가 어려웠던 사례를 소개했다. 본인의 경험도 있고 지인에게 들은 것, 신문 기사를 인용한 것도 있다. 시내에서 만났을 땐 점잖았던 40대 후반 아저씨였는데 집으로 찾아갔더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뭔가 도구가 될만한 것을 찾더란다. 그래서 얼른 자리를 피해 도망쳤다고 한다. 도구라는 것이 아마 흉기를 이야기하는 것일텐데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밖에서 일대일로 만났을 땐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오히려 가족들 앞에서는 다른 모습이 나왔던 것이다. 최악의 사례는 신문기사를 인용한 것인데 점유자가 사망한 집이었다. 강제집행을 해서 들어갔는데 여자가 사망한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흔치 않은 일이니 겁먹지 말라는데 겁이 안 날 수가 없다. 점유자를 만나지 않고 명도를 진행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일반적으로는 낙찰 당일 바로 점유자를 만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역시 예상했던대로 낙찰을 받더라도 명도하는 것이 가장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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