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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살짝 긴 리뷰

[책 리뷰] 잊기 좋은 이름 - 김애란

by 가리봉맨 2019.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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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는 강동원, 송혜교 주연의 "두근두근 내 인생"이라는 영화의 원작인 동명의 소설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나는 작년에 "바깥은 여름"이라는 소설집을 통해 김애란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 이야기만큼이나 제목이 참 좋았고 감정 소모가 컸던 소설로 기억한다. 그리고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최근 산문집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 번 사서 읽어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김연수 작가의 딸인 열무(가명)에 대한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는 리뷰를 읽고 바로 구매했다. 

내 기억으로 열무는 김연수 작가의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에 처음 등장한다. 김애란 작가처럼 나도 그 책에 실린 "내리내리 아래로만 흐르는 물인가, 사랑은" 이라는 글을 무척 인상 깊게 읽었다. "잊기 좋은 이름"에서 인용된 부분과 김애란 작가의 글을 그대로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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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년은 지나야 자전거 앞에 태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열무의 두 번째 여름이 찾아올 때쯤 나는 자전거 앞에 아이용 의자를 설치했다. 

김연수 선배의 품 안에서 "호기심에 가득 차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열무는 정작 의자에 앉히려고 드니까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다시 앉혔더니 고분고분히" 앉았고 "조금 달려보니 소리를 지르고 연신 고개를 돌려" 아빠의 얼굴을 바라봤단다. 선배는 그날 햇살과 그늘, 초록과 바람에 대해 얘기하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 정말 아름다운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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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와 열무의 에피소드는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김천의 한 병원에서 동료 작가들과의 모임이 있었단다. 병원에서의 모임이라니.. 아마도 장례식장이 아니었을까 싶다. 열무는 젓가락 모양의 긴 막대로 손님들 신발을 정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김연수 작가가 딸이 애써 정리해 놓은 신발을 흐트러트리며 장난을 쳤다는 것이다. 매사에 항상 진지할 것만 같은 김연수 작가도 딸 앞에서는 그냥 장난기 많은 평범한 아빠인가 보다. 김애란 작가는 열무의 두 번째 여름을 잠깐 봤다는 이유만으로 그 애를 잘 아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단다. 나도 딱 그 마음인 것 같다.

"여행할 권리" 이후로 김연수 작가의 소설과 산문집을 거의 빼놓지 않고 사서 읽고 있다. 작품들을 읽으며 나는 이직을 했고 결혼을 했고 또 아이를 낳았다. 그리 오래 살진 않았지만 인생의 주요 순간을 생각하면 그때 김연수 작가의 어떤 작품을 읽었는지가 떠오른다.

쓰다 보니 "잊기 좋은 이름" 리뷰가 아닌 김연수 작가에 대한 팬심 고백이 돼버린 것 같다. 두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그들이 계속 쓸 수 있게 쭉 "사서" 볼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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