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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공부/기타

[경매 후기] 나의 첫 부동산 경매 체험기, 인천 아파트

by 가리봉맨 2020.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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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경매 후기"라는 말머리를 붙였다. 일회성 체험에 그치지 않고 경매를 계속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첫 경매의 결과는 패찰, 즉 입찰한 물건을 낙찰받지 못했다. 입찰하기 전에 강의를 들었는데 강사님이 말씀하시길, 경매에 경험 삼아라는 말은 없다, 반드시 낙찰받고 이익을 남겨야 한다고 하셨다. 크게 공감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다. 하지만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적당히 긴장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입찰한 물건은 인천 논현동에 있는 소형 아파트다. 이 부분도 뼈아픈데 강사님이 소형 아파트는 이제 경매로 이익을 보기 힘들니 분양이나 급매로 사고, 중대형 아파트에 입찰하라 하셨다. 이것도 들을 당시에는 이해했는데 굳이 경험을 통해 다시 배웠다. 낙찰자는 네이버 시세와 거의 비슷한 가격을 써냈다. 애초에 낙찰 후 바로 매도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패찰 후 해당 아파트 단지의 부동산을 찾아갔는데 낙찰자가 이미 다녀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건이 곧 전세 매물로 올라올 것이다. 변명을 좀 하자면 원래 목표는 월세 수익형 오피스텔이었다. 인터넷으로 시세와 실거래가를 검색하고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퇴근 후에 부천 현장에 가서 매물과 주변 환경까지 체크하고 왔다. 그런데 매각기일을 며칠 남기고 상태가 '진행'에서 '변경'으로 바뀌었다. 이미 회사에 연차 신청서까지 올렸는데 해당 물건의 경매가 진행되지 않게 된 것이다. 연차를 취소할까 하다가 혹시나 하고 같은 날짜에 경매가 진행되는 물건을 검색해봤다. 대부분 인천 구도심의 오래된 빌라였다. 그러다 눈에 띈 것이 괜찮은 입지에 입주한 지 15년이 채 안 되는 인천 논현동의 아파트였다. 시간이 촉박해서 전화 임장만 하고 실제 물건을 보지도 못했다. 그래도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주민센터에 가서 전입세대열람까지 발급받아서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서두가 길어졌는데 어디까지나 체험기인만큼 시간 순서로 쭉 써 내려가겠다. 용인 집에서 7시쯤 집을 나서 인천터미널행 버스를 탔다. 인천터미널에서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인천지방법원으로 갔다. 경매 시작 시간은 10시인데 꽤 여유 있게 9시 10분쯤 도착했다.

생전 처음 가본 법원, 인천지방법원

별생각 없이 1층으로 가운데 출입구로 들어갔는데 공항 검색대 같은 곳이 있었다. 가방을 벗어서 검색대에 놓고 몸수색을 받았다. 원래 이런 것인지 지금이 무슨 특별한 시기인지 잘 모르겠다. 들어가고 나서 알았는데 경매는 2층에서 진행되고 2층 출입구로 들어가면 검색대를 통과하지 않아도 된다. 2층 출입구는 건물 왼쪽 주차장 방향으로 걸어 올라가면 나온다.

2층 출입구. 건물 오른쪽, 주차장 방향 경사로를 걸어 올라가면 나온다.

경매는 219호 법정에서 열리는데 일찍 와서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었다. 매점에서 빵과 우유를 사 먹었다. 직원은 할인이 되는데 나는 방문객 나부랭이라 제 돈 주고 사 먹었다. 강의나 경매 책을 보면 도착하자마 게시판을 확인하라고 한다. 게시판에는 당일 진행되는 경매 물건의 목록이 적힌 A4 용지가 붙어있다. 당일에 취소되는 물건도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오늘도 취소된 물건에 입찰한 사람이 서너 명 나왔다. 게시판이 건물 밖, 출입구 근처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건물 내부 219호 법정 옆에 있었다. 내가 입찰한 물건은 그대로 진행되는 것을 확인했다.

경매장에 분위기를 보고 입찰 가격을 정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겪어보니 현실성이 없는 말이다. 그 사람들은 법정에 사람이 적으면 입찰가를 낮추고 많으면 좀 높인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만 해도 40건이 동시에 진행됐기 때문에 누가 내 물건에 입찰하는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집에서 기일입찰표를 미리 써왔다. 입찰가를 고칠까 잠깐 고민했지만 혹시나 0을 하나 더 쓰는 실수로 압도적 낙찰을 당할까봐 그대로 제출했다. 10시 20분부터 시작된 입찰 서류 접수는 11시 20분에 끝났다. 서류 정리가 끝났고 11시 40분쯤부터 개표가 시작됐다. 법정 내부는 더웠고 공기가 답답했으며 사람은 많았다. 점점 긴장이 풀리고 집중력이 떨어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대부분 연세 지긋한 분들이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커플이 눈에 띄었다. 법정에서 데이트를 겸해 경매에 참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기 띠로 아이를 안고 서 있는 주부도 보였다. 첫 경매라 복장을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대부분 편한 차림이었다. 등산복을 입고 오신 분들, 슈퍼에 온 듯 츄리닝을 입고 온 사람도 있었다. 법정 안에서는 모자도 쓰면 안 된다고 들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 

글이 길어진다. 사진을 좀 첨부하고 싶지만 법정 안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사진이 없다. 내 물건은 40개 물건 중에 중간쯤 개표가 진행됐다. 어느덧 시간이 12시를 훨씬 넘었다. 이 많은 사람 중에 내 물건에 입찰한 사람은 몇 명일까 궁금했는데 데 무려 23명이나 됐다. 다시 강사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이 정도 숫자면 거의 사람 떼라고 했다. 사람 떼 중 한 명이 되지 말라고 하셨다. 이쯤 되니 강사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경험 삼아 경매, 소형 아파트, 사람 떼. 하지 말라는 것들을 굳이 하면서 왜 하면 안 되는 것인지 몸으로 배웠다. 앞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턱도 없이 낮은 가격을 써서 패찰했다. 쓰면서 꽤 높은 가격이라 생각했다. 양도세를 제외하면 약 900만원 정도 수익을 예상하고 쓴 가격이다. 낙찰자는 나보다 무려 3천만을 높게 썼다. 정확한 시세는 밝히기 힘들지만 소형 아파트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가격 차이다.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높은 가격을 썼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이 아파트 근처 부동산에 찾아갔다. 그리고 그 이유를 확실히 알게됐다. 처음 해 본 경매만큼이나 새롭고 놀라운 광경을 그 곳에서 봤다. 한 발 늦은 임장 후기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으나) 다음 포스트에 쓰겠다. 덧글이라도 달리면 좀 더 빨리 쓸지도.

패찰의 쓰린 마음을 부여잡고 법원 밥을 먹으러 갔다. 법원 밥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내심 기대했는데 비주얼은 영 아니었다. 일품 메뉴와 한식, 두 가지 메뉴가 있었는데 일품 메뉴를 골랐다. 참치추어탕인데 맛이 괜찮았다. 계란찜은 한식 메뉴인데 아주머니가 따로 챙겨주셨다. 감사합니다.. 울 뻔했어요.

참치추어탕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음식. 참치는 캔 참치였다.

아쉬운 마음에 구구절절 글이 길어졌는데 이 정도로 나의 첫 경매 체험기를 마친다. 다음번엔 오늘의 실패를 경험 삼아 반드시 낙찰받으리라. 끝.

 

패찰한 물건을 보고 와서 쓴 후기를 덧붙입니다.

2020/02/29 - [부동산 공부/지역 탐방] - [임장 후기] 인천 논현동, 논현지구 푸르내마을

 

[임장 후기] 인천 논현동, 논현지구 푸르내마을

지난 2월 18일(화)에 다녀온 인천 논현동 아파트의 임장 후기다. 지난번 경매 후기의 속편쯤 되겠다. https://bongman.tistory.com/101 [경매 후기] 나의 첫 부동산 경매 체험기, 인천 아파트 제목에 "경매 ��

bongman.tistory.com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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