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 첫 번째 경매 체험을 하고, 약 4개월 만에 두 번째 경매 입찰에 참여했다. 핑계를 좀 대자면 현장 임장까지 다녀온 물건도 있었는데 코로나19로 법원이 휴정해서 입찰하지 못했다. 그러기를 몇 차례, 흐름이 끊겨버렸다. 어쨌든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첫 번째 경매 물건은 인천 아파트였고 인천지방법원 본원에서 경매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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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물건은 김포한강신도시에 있는 아파트로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경매가 진행됐다. 지난 주말에 김포에 가서 단지 내 같은 평형의 물건을 보고 왔다. 경매로 나온 집에 가서 초인종을 누르는 일은 차마 못하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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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경매 개시시간에 맞춰 도착하기 위해 용인 집에서 아침 일찍 출발했다. 분당선 오리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간 뒤, 8106번 버스를 타고 법원까지 갔다. 법원 바로 건너편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만화의 도시 부천답게 법원 주변 아파트 벽에 만화가 그려져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아~주 오래된 만화였다. 나중에 부천 아파트 임장을 오게 되면 만화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정류장 앞에서 건널목을 건너 법원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 증축 공사를 하고 있어서 주차장 일부를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대부분 법원들이 주차장이 여유 있는 편이 아니라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주변 유료주차장을 이용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다.
지난번엔 매각기일 전날에 회사 근처 은행에서 미리 수표를 발행했다. 가방을 꽉 움켜쥔 채 2천만원짜리 수표를 들고 퇴근했고 다음날 그대로 법원행 버스를 탔다. 이번엔 법원 내 은행에서 수표를 발행했다. 사람이 많아서 한참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는데 의외로 한산했다. 앞으로도 쭉 법원 내 은행을 이용해야겠다. 인천지방법원 본원과 달리 부천지원은 은행과 경매법정이 모두 1층, 같은 공간에 있었다. 시간이 꽤 남았지만 여유 있게 경매법정으로 이동했다.
법정 앞에 복도 겸 대기공간이 있다. 한쪽 벽면에 붙은 게시판을 먼저 확인했다. 경매 개시시각은 오전 10시, 법정은 제151호다. 일부 변경되거나 연기된 사건은 따로 빨간 펜으로 표시돼 있다. 내가 입찰한 물건은 변경 사항 없이 예정대로 진행된다.
법정 내부는 인천지법 본원보다 공간이 협소했다. 법정 안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바깥에서 살짝 찍은 사진만 있다. 법정 안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대기공간에서 모니터를 통해 경매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도 있다. 다만 자신이 입찰한 물건의 경매가 진행되는 순간에는 반드시 법정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여기서 입찰 결과만 밝히고 후기가 끝나야 한다. 하지만..
이번 물건은 집주인이 거주하고 있는, 특이사항이 없는 쉬운 물건이라고 판단하고 입찰을 준비했다. 다만 관리사무소에 전화했더니 관리비가 꽤 밀려있다고 했다. 그 부분을 감안해서 입찰 가격을 예상보다 약간 올려서 정했다. 그런데 임장까지 마치고 나서 매각기일 하루 전에 조금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다. 소유자와 채무자가 달랐다.
검색해보니 종종 있는 경우고 권리분석할 때 신경 쓸 필요가 없단다. 보통 보증을 잘못 선 경우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 채무자 정OO씨가 누군가에게 보증을 잘못 서줘서 집이 넘어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건물 등기 사항에서 또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다.
2018년에 정OO씨로부터 대부업체로 집의 소유권이 넘어갔다. 그런데 동사무소에서 떼 온 전입세대열람에는 정OO씨가 여전히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정OO씨는 이제 임차인이란 얘긴데 매각물건명세서에는 '조사된 임차내역 없음'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점점 머리가 복잡해진다. 경매 강의 때 매각물건명세서는 경매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문서라고 배웠다. 정OO씨가 임차인도 아니고 집주인도 아닌 상태로 거주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쯤에서 입찰을 포기할까 하다가 땡볕에 땀 뻘뻘 흘리며 임장 다녀온 것이 아까워서 좀 더 알아봤다. 경매 커뮤니티에 물어봤는데 소멸기준 이하 권리는 예외 없이 모두 소멸이라 소유권 이전도 소멸된다는 답을 받았다. 그렇다면 낙찰 후 소유권이 다시 정OO씨에게 돌아가는 것인가? 이 부분은 지금까지도 답을 모르겠다. 아시는 분 댓글 부탁드린다.
이번엔 정OO씨가 임차인이라는 가정 하에 권리분석을 더 해봤다. 정OO씨는 이 아파트를 분양받아서 2012년에 입주했다. 이 시점이 전입일로 인정된다면 소멸기준 권리인 2014년 (근)저당보다 앞선다. 그렇다면 얼마인지도 모르는 전세 보증금을 낙찰자가 인수하게 된다. 상상도 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이다. 조금 더 찾아봤더니 임차인이 전(前)소유자와 동일인이라면 '전소유자는 소유권이전 등기일 익일부터 임차인으로서 대항력을 갖는다'는 판례(99다59306)가 있었다. 그렇다면 소멸기준 권리보다 2018년 소유권 이전이 늦기 때문에 낙찰자가 보증금을 인수하지 않는다. 여기까지 알아보고 시간이 늦어 잠을 청했다. 아침 일찍 깼는데 머리가 멍했다. 매각기일 당일 아침까지도 권리분석을 끝내지 못한 것이다. 입찰표를 다 써놓고 법정 앞 대기석에서 앉아 생각을 정리했다. 전입세대열람을 통해 전소유자와 임차인 정OO씨가 동일인이라는 것은 확인했다. 그리고 매각물건명세서에는 임차인이 없다고 기재돼 있다. 매각물건명세서 기재 오류는 매각불허가 사유가 된다. 최악의 경우 매각불허가 신청을 해서 경매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가슴이 조마조마했지만 종료 시간 10분을 남기고 입찰표를 제출했다.
각 물건의 입찰자 수가 공개됐는데 이 물건에는 무려 19명이 입찰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입찰했다는 것은 문제가 없는 물건일 확률이 큰 것이다. 하지만 전부 생초보들이고 이 물건은 '개미지옥'인지도 모른다. 낙찰 결과를 기다리는 30여분 동안 귀가 멍해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드디어 내 물건 차례가 돌아왔다. 나보다 입찰가를 낮게 쓴 사람의 이름(정확히는 법인)이 먼저 호명됐다. 이어서 집행관님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왔다. 낙찰인가? 잠시 후 나보다 높은 가격을 쓴 사람의 이름이 호명됐다. 나는 2등이었다.
입찰자가 많아서 상위 세 명까지만 호명한 것이다. 낙찰자는 젊은 여성분이었는데 최근 실거래가와 거의 같은 금액을 썼다. 투자가 아닌 실거주 목적인 듯하다. 아쉬웠지만 어찌 보면 최상의 결과였다. 경매에서 2등은 아무 소득이 없지만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패찰했던 첫 번째 경매를 생각하면 나름 만족스러웠다. 이번 두 번째 경매에서 얻은 교훈이 크다. 유료경매사이트에 빨간색 주의 표시가 없다고 무조건 쉽고 간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소유자, 채무자, 임차인, 점유관계 등 기본적인 사항을 직접 확인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이상으로 두 번째 경매 후기를 마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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