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양장) -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문학동네 |
이 책에는 모두 열 두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모두 멋진 단편들이지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과 "대성당"을 최고로 꼽고 싶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참고하시길..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갑작스럽게 아이를 읽은 부모의 슬픔을 잔인할 정도로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전혀 뜻밖의 장소, 기대하지 않았던 인물로부터 특별하지 않은 방법으로 큰 위로를 받는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더 큰 공감을 느낄 것이다. 표제작 "대성당"은 책의 제일 끝부분에 있다. 이 단편을 먼저 읽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순서대로 모두 읽었다. 그리고 기다림의 보상을 충분히 받았다. 대성당은 아내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다. 그 친구가 남자고 남편에게 못할 말도 털어놓을 정도로 특별한 사이라는 점이 조금 특이하다. 거기다 그 친구가 맹인이라는 사실이 더해져서 이야기는 더욱 특이해진다. 이 친구가 주인공 부부의 집을 방문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은 시종일관 짜증스럽고 불만 가득한 태도로 그 친구를 대한다. 그러다 어떤 계기를 통해 극적으로 그와 거의 완벽한 공감과 소통을 경험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기분 좋은 소름이 돋는 것을 경험했다. 김연수 작가가 레이먼드 카버를 좋아하고 작품을 번역까지 한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김연수는 여러 작품을 통해 "사람이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던져왔다. 아마 레이먼드 카버가 그 물음에 대한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답을 주는 작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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