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펼쳐보기 - 김석원 지음/비제이퍼블릭 |
주변이 온통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만큼 제목에 비트코인이 들어간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알라딘 미리보기를 통해 그 책들을 훑어봤는데 내용이 극과 극이었다. 가십거리만 다루거나 PC에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직접 블록체인을 구현해 보는 내용이었다. 이 책은 블록체인이라는 물건이 어떤 아이디어로 태어났고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컴퓨터과학을 바탕으로 서술한 책이다. 코드나 프로그램 설치에 대한 내용은 한 줄도 없다.
책을 읽는 내내 블록체인의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실존 인물인지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지만..)의 아이디어에 감탄했다. 세상에 없던 기술이나 알고리즘을 창시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기술을 역발상 해서 사용한 것이 더 대단하다. 블록체인의 핵심 원리는 강력한 암호를 만들고, 의도적으로 암호를 풀 수 있는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다. 그 암호를 풀어내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 채굴이다. 암호를 푸는 데에 대단한 기술이나 수학 공식이 필요하지 않다. 0부터 차례대로 숫자를 넣어보는 무식한 대입법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서 과학자나 프로그래머가 아니라도 컴퓨터만 있다면 아무나 채굴을 시도할 수 있다. 채굴의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주기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사실상 단체나 기업)이 자발적으로 채굴에 참여하는 것이다.
블록체인 커뮤니티의 핵심 멤버들이 하는 일은 난이도를 조절해서 채굴 속도를 조절하는 일뿐이다. 예를 들어 암호의 정답이 숫자 1000이라고 하자. 일반적인 암호화 방식에서는 당연히 1000이 아니면 모두 오답이다. 999, 1001은 정답에 가깝긴 하지만 아쉽게도 정답이 아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에서는 999, 1001도 정답이다. 정답과 얼마나 가까워야 정답으로 쳐줄지를 정하는 것이 난이도 조절이다. 비트코인이 너무 많이 풀리고 있다면 난이도를 올리고 반대의 경우라면 난이도를 낮추는 것이다. 참고로 비트코인은 현재 10분에 1개꼴로 채굴되고 있다고 한다.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은 분명 다른 개념이지만 명확히 구분해서 말하기 쉽지 않다. 블록체인은 기반 기술이고 비트코인은 그 응용이다. 그런데 사실상 유일한 응용이다. 게다가 비트코인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로부터 블록체인이 탄생했다. 이쯤 되면 그냥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섞어서 말해도 별문제가 없을 것 같다. 나중에 더 많은 응용이 현실화된다면 자연스럽게 구분되지 않을까.
블록체인이 거품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경제 전문가는 엔지니어의 장난감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를 포함해서 우리 프로그래머들은 장난이나 놀이에서 놀라운 결과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잘 안다. 풀지 말라는 암호를 살짝 비틀어서 풀 수 있게 만든 악동 같은 장난이 블록체인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것이 역설적으로 정부나 은행 같은 제3자의 개입 없이도 철저한 보안을 보장한다. 이제 책 한 권 읽었을 뿐이지만 블록체인에 대해 더 알고 싶고 그 미래가 너무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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