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을 먼저 읽고 작가가 만든 영화를 봤다. 영화 제목은 버블 패밀리. 실제 만들어진 순서는 영화가 먼저고 책이 나중이다. 작가는 영화의 뒷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고 했지만 (좋은 의미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 두 콘텐츠가 서로의 여백을 채워준다. 그래서 책 리뷰를 쓰고 있지만 영화 이야기도 알게 모르게 좀 섞일 것 같다.
2. 이들의 가족사가 곧 한국의 근현대사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작가의 아버지(이하 마풍락씨)가 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공업 도시가 된 울산에서 직장을 얻으며 이 가족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울산에서 아파트 갈아타기로 자산이 몇 배로 튀는 경험을 한 이들은 서울 입성을 결심한다. 88올림픽, '주택 5백만호 건설' 정책 등의 흐름을 타고 이들의 집장사는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마지막 베팅(무려 24억원)이 IMF로 인해 실패하면서 이들 가족은 바닥까지 추락한다. 그리고 2022년, 안타깝게도 작가의 모친 노해숙씨가 코로나로 인해 사망한다.
3. 자연스레 우리 가족, 부모님이 떠올랐다. 작가는 나보다 나이가 많이 어리지만 늦둥이라서 부모님들은 살아온 시절과 연령대가 비슷하다. 마풍락씨가 울산의 SK케미칼(당시 선경합성)에서 일하며 경제적 기반을 다졌다면, 나의 아버지는 비슷한 시기에 대우건설 직원으로 중동의 리비아에서 중장비 기사로 일하며 목돈을 모았다. 이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선택한 길은 많이 다르다. 마풍락씨가 본격적으로 부동산 투자 및 건축 사업에 뛰어든 반면, 아버지는 대출을 좀 받아 상가 건물을 사자는 어머니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영업(문구점, 당시 용어로는 문방구)을 시작했다. 그 뒤로 우리 가족은 대박도 없고 쪽박도 없는, 부침 없는 삶을 살았다. 아버지가 조금만 더 과감한 결정을 하셨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있다.
4. 이후로도 이들 세 가족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는데 작가님의 귀여운 엄마, 노해숙님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사실이 슬프다.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도 떠오른다. 엄마한테 전화 한 통 해야겠다. 책을 막 덮었을 때는 쓰고 싶은 주제가 참 많았는데 며칠 지났더니 머릿속에서 다 날아가 버렸다. 이 정도로 마무리.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 - 마민지 지음/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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