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관련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번에 선정된 책이다. 모임의 리더인 김성일님이 이 책의 감수를 하고 해제를 쓰셨다. 두 명의 저자 중 한 명이 그 유명한 '랜덤워크 투자수업'을 쓴 버턴 말킬이다. A5판형(국판)에 264페이지로 비교적 작고 얇은 책이다. 내용이 단순하고 특별히 어려운 내용이 없어서 일상생활하면서 틈틈이 이틀 만에 다 읽었다. 저자는 아래와 같은 여섯 개의 투자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원칙들이 책의 목차이기도 하다.
- 첫 번째 원칙 : 돈을 심어서 벌어라
- 두 번째 원칙 :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 세 번째 원칙 : 분산하여 리스크를 최소화하라
- 네 번째 원칙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조심하라
- 다섯 번째 원칙 : 당신에게 적합한 부의 설계도를 찾아라
- 여섯 번째 원칙 : 혼돈의 시장에서도 변치 않는 승리의 법칙
특정 원칙과 목차에 상관없이 인상 깊었던 부분을 쭉 적어보겠다. 저자는 저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투자 자금의 규모보다 중요한 건 가능한 일찍 저축을 시작하고, 꾸준히 저축할 수 있도록 라이프스타일을 고쳐 나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존봉준 장군님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얼마 전 부동산 투자 강의를 하나 듣고 왔는데 강사가 저금리 시대에 저축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하며 대출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했다. 일리가 있는 얘기지만 자칫 위험해질 수 있는 주장이다. 대출에 의해 갑자기 자산 규모가 커지면 순자산이 늘어난 듯한 착각이 들어 씀씀이도 커지게 된다. 현금 보유 없이 많은 대출을 받은 상태에서 하락장이 온다면 어찌 될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투자에 있어 레버리지(대출)가 필수인 것은 맞지만 올바른 라이프스타일과 저축이 먼저다.
저자는 대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데 단 하나 예외가 거주용 주택에 대한 담보 대출이다. 주택 담보 대출은 살기 좋은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도와주며, 채무자가 상환 기간을 정할 수 있고 세금 혜택도 주어지는 특별한 부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용 대출에 비해 이자율도 훨씬 낮다. 완전히 동의한다. 조금 더 나아가 거주용 여부와 상관없이 수도권 주요 입지의 부동산이라면 담보 대출을 최대한으로 써서 투자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개별 주식에 투자하지 말고 잘 분산된 주식과 채권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 중 한 명은 버크셔 해서웨이라는 개별 주식을 40년 동안 소유하고 있고 매일 주가를 확인한다고 한다. 정신 나간 짓이라는 것을 당사자도 잘 알고 있지만 어찌할 수가 없단다. 다른 저자도 개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좋아하고 중국이라는 특정 국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고 한다. 갑자기 주장하는 바와 다른 내용을 고백(챕터의 제목이기도 하다)해서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안심이 됐다. 나도 퇴직연금과 연금저축펀드는 철저하게 시장 전체에 투자하고 있지만 나머지 자산은 개별 주식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은퇴 자금을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로 잘 운영하고 있다면 약간의 일탈은 용서받을 수 있다고 이해했다.
지혜롭게 투자한다는 것 - 버턴 말킬.찰스 D. 엘리스 지음, 한정훈 옮김/부키 |
책 말미에 책 전체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한 부분이 있어서 공유한다.
1. 일찍 저축을 시작하고 꾸준히 저축하라.
2. 회사와 정부가 지원하는 은퇴 자금 계획을 활용하여 저축을 최대한 늘리고 세금을 최소화하라.
3. 저비용 '전체 시장' 인덱스 펀드와 다른 자산 유형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산 투자하라.
4. 매년 당신에게 적합한 비율로 자산을 재분배하라.
5. 항로를 유지하고 시장 변동을 무시하라. 그러지 않으면 비용이 많이 드는 심각한 투자 실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인 목표에 집중하라.
위의 요약본만 봐도 우리 모임의 리더이자 '마법의 돈 굴리기', '마법의 연금 굴리기'를 쓴 김성일님이 왜 이 책을 감수하고 해제까지 쓰셨는지 알 수 있다.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금 계좌에서 전체 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분산 투자하고 정기적으로 리밸런싱 하는 것, 김성일님의 투자 방법과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가 정확히 일치한다. 투자에 있어 지름길은 없고 그 목적은 단 하나, 노후 대비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뇌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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