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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살짝 긴 리뷰

[책 리뷰] 잘 살겠습니다 - 장류진

by 가리봉맨 2019.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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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반전이 있는 소설이 아니라서 별 상관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찜찜한 분들은 브라우저 창을 살포시 닫아주세요^^

작가의 등단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만큼이나 생활 밀착형 소설이다. 전작이 주로 IT 노동자들의 깊은 공감을 얻었다면 '잘 살겠습니다'는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공감할만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요주의 인물인 "빛나 언니"는 어느 직장이나 꼭 하나쯤 있는 얄미운 캐릭터다. 눈치가 없는 것인지 없는 척하는 것인지 도통 속을 알 수 없다. 후배에게 커피를 얻어먹으면서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 무신경한 성격의 소유자다. 결혼을 사흘 앞둔 후배를 굳이 불러내서 어이없는 부탁을 하기도 한다. 사실 자신도 결혼을 앞뒀는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주인공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밥까지 얻어먹고 주인공의 결혼식에 가지 않는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순간 울컥했다. 빛나 언니의 기행은 계속 이어지고 소설은 어느덧 끝을 향해 달린다. 소설의 결말은 다소 의외였다. 주인공이 빛나 언니에게 제대로 한방 먹이는 그림을 상상했는데 작가는 훈훈한 마무리를 택했다. 책상 위에 놓인 결혼식 답례 떡으로 주인공의 마음은 스르르 풀린다. 이 부분은 전작과 상당히 흡사하다. 주인공이 괴짜 프로그래머에게 선물을 건네며 화해 아닌 화해를 하는 엔딩이 겹쳐진다. 어떤 선물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상당히 비싼 물건이었다. 그에 비해 답례 떡으로 같은 효과를 얻었으니 가성비가 상당히 뛰어나다 하겠다.

읽는 내내 빛나 언니가 내 직장 선배인 것처럼 몰입해서 읽었다. 불의(?)를 향한 강력한 한방이 아쉬웠지만 깊게 공감하며 재밌게 읽었다. 마음 한편 그녀에게도 말 못 할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애처로운 감정을 느끼며 책을 덮었다. 일명 '하이퍼 리얼리스트'라 불리는 장류진 작가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등단작과 이 소설이 포함된 소설집이 벌써 출간됐다. 얼른 구입해서 나머지 소설들도 읽어봐야겠다.

http://aladin.kr/p/lMmPP

 

일의 기쁨과 슬픔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한 이후 단숨에 수많은 독자와 문단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장류진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 8편의 소설이 수록되었으며, 주로 이삼십대 젊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

www.aladin.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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