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심해져서 상가나 지식산업센터 같은 물건을 알아보고 있다. 이 책은 본격적인 투자 안내서는 아니다.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거시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주 타겟은 투자자보다는 자영업자인 것 같지만 투자에 대한 힌트도 곳곳에 숨어있다.
책 초반부에 한 때 큰 인기를 얻었다 어느새 사라진 연어 무한리필점 이야기가 나온다. 2015년 당시 연어 무한리필점이 폭박적으로 등장한 것은 연어 가격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노르웨이 연어의 최대 수입국인 러시아에 EU가 경제 제재를 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6년부터 연어 가격이 치솟기 시작한다. 러시아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을 통해 연어를 우회 수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자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구글 검색만 좀 했더라면 연어 가격 상승을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 말한다.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사업이나 투자에 있어 지속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한다.
이어서 저자는 서울역의 뜨는 상권 중 하나인 성수동의 사례를 통해 도시의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울숲과 성수역 3번 출구 길을 묶어서 성수동 상권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둘은 직선거리로 1km 넘게 떨어져 있고, 사이에 수많은 공장들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숲 상권은 은 골목의 다가구 주택단지에 다양한 상점들이 입점해 있어 방문할 만한 매력이 있다. 하지만 성수역 3번 출구의 카페 상권은 몇몇 카페가 들어서 있지만 공업/비지니스 단지 느낌이다. 같은 성수동 상권이지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다양성이다. 다양성이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더 오랜 시간을 머무르게 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은 특정 상권이 어느 정도 발달했는지, 미래는 어떨지 예상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페이지를 한참 넘기다보면 젠트리피케이션 이야기가 나온다. 보통 임차인은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자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권리금 때문에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주장이다. 권리금은 임차인에 대한 보호가 취약했던 과거에 생겼다. 권리금은 바닥권리금, 영업권리금, 시설권리금, 이익권리금 이렇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각 유형 별로 권리금의 존립 근거가 희박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일부 임차인은 사업에는 관심이 없고 권리금 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제 제도가 갖춰진만큼 권리금이라는 악습은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권리금의 개념과 그 악용 사례까지 알게 돼서 유익했다.
책 말미에 홍춘욱님의 '인구와 투자의 미래'라는 책의 내용을 인용한 부분이 있다. 우연히도 오늘 홍춘욱님이 출연하신 팟캐스트에서 들은 것과 같은 부분이었다.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 국가이기 때문에 수출이 잘 돼야 내수도 좋아진다는 것이 요지다. 따라서 내수시장이 침체되는 이유는 구조적 문제나 인구절벽 등이 아닌 수출 부진이라고 주장한다. 자산시장과 수출이 굳건하다면 자영업 붕괴 같은 위기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영업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지만 나는 주식 투자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국내 주식에 투자에 큰 수익을 얻으려면 그 시기에 수출을 주도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2021년 현재, 반도체기업과 자동차·배터리기업이 대표적이다.
골목의 전쟁 - 김영준 지음/스마트북스 |
서두에도 밝혔지만 상가 투자에 대한 직접적인 팁을 얻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받아들이기에 따라 부동산과 주식까지 아우르는 투자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괜찮은 책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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