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과 회사 임직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차석용 부회장은 P&G 한국총괄사장을 거쳐 해태제과의 사장 자리에 있었는데 2004년에 LG생활건강으로 전격 스카우트되었다. LG그룹에서 외부인사를 사장으로 영입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LG생활건강 주식을 갖고 있는데 계속 가져가도 될지 확신을 얻기 위함이었다. 역시 주식을 보유 중인 P&G에도 차석용 부회장이 있었다는 사실이 우연치고는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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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사장을 맡기 직전인 2004년의 엘지생건은 매출 1조원에 영업이익은 600억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2018년에는 매출이 무려 6조 7475억 원에 이익은 1조 393억 원으로 성장했다. 시가총액은 4287억 원에서 17조 1956원으로 40배가 뛰었다. 더 놀라운 것은 차석용 부회장 부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 비결을 묻는 질문에 차석용 부회장은 "저희는 강펀치나 KO펀치가 없고 잽으로 경영해요"라고 대답한다. 잽을 날리듯이 빠르게 치고 빠지는 경영을 위한 체질 개선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체질 개선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도 아니다. 보고서는 한 페이지로 하자, 우르르 모이는 워크숍도 필요 없다, 정해진 시간에 열심히 일하고 퇴근하자 같은 것들이다. 별 것 아니지만 꾸준히 실천하기 힘든 것들이다. 하지만 차 부회장 자신이 지독하리만치 꾸준하게 지킨 끝에 회사의 문화가 바뀌었다고 한다.
미국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 덕분인지 차석용 부회장은 M&A에 능숙하고 그 결과도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그가 추구하는 M&A는 외형적인 성장을 이루는 데 있지 않고, 회사가 그리는 큰 그림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다. 특히 코카콜라의 조직 체계와 인수 스토리가 흥미로웠다. 옛날 코카콜라 사업 초기에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각 지역 보틀러(bottler)들에게 해당 지역 판매권을 주는 시스템이 전 세계로 퍼져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고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엘지생건이 인수한 것은 보틀러인 CCB(Coca-Cola Beverage)다. 생활용품으로 시작한 엘지생건이 화장품 사업을 추가하고 음료 사업이라는 세 번째 바퀴를 장착한 것이다. 어느 한 쪽이 부진하면 다른 쪽이 그 틈을 메꿔주는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 것이다.
그로잉 업 - 홍성태 지음/북스톤 |
LG생활건강은 경영자 리스크가 없는 기업에 투자하라는 메리츠자산운용 존리 대표의 조언에 딱 맞는 기업이다. 평소 차석용 부회장이 물러나면 회사가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의 철학이 회사의 문화와 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확인했다. LG생활건강 주식은 꾸준히 들고 가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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