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8일(화)에 다녀온 인천 논현동 아파트의 임장 후기다. 지난번 경매 후기의 속편쯤 되겠다.
https://bongman.tistory.com/101
입찰 하루 전에 전화 임장을 했다. 부동산 두 군데에 전화했는데 두 사장님 모두 요즘 매매가 활발해서 내놓으면 바로 팔릴 것이라고 하셨다. 경매 물건 때문에 전화했다고 밝히고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꽤 친절하게 대답해 주셨다. 요 며칠 경매 문의하는 전화가 많이 왔다고 하셨다.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것을 이때 예상했다. 사장님 한 분이 의미심장한 얘기를 하셨는데 최근 투자자들이 와서 매물을 싹 쓸어갔다는 것이다. 으레 하는 말인가 싶어서 흘려들었다.
앞서 썼지만 경매 낙찰 가격이 전화 임장 때 들은 매물 가격과 거의 똑같았다. 경매는 싸게 사려고 하는 건데 왜 이렇게 높은 가격에 낙찰받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한 발 늦었지만 법원에서 점심을 먹고, 급히 물건이 있는 아파트 단지로 갔다. 인천 지방법원 앞에서 버스를 타고 신한은행 인천논현역점으로 갔다. 입찰 보증금 용도로 발행한 수표를 다시 입금해야 했다. 그리고 수인선 인천논현역부터 아파트 단지까지 걸어보고 싶었다. 홈플러스와 뉴코아아웃렛을 지나면 논현지구, 아파트 숲이 펼쳐진다.
아래 블로그 포스트를 보면 논현지구에 대한 설명이 아주 잘 돼 있다.
https://runcong.tistory.com/108
인천논현택지개발지구와 한화의 화약공장 부지였던 한화지구를 합해서 논현 · 한화지구라고 한다. 한화지구는 한화건설에서 호주 시드니를 벤치마킹해서 만든 도시개발 지구라고 한다. 논현지구는 인천시에 만든 택지지구로 총 13개 단지가 조성돼 있다.
수인선 인천논현역에서 단지 입구까지 도보로 약 15분 정도 소요됐다. 이쯤에서 아파트 단지 이름을 밝힌다. 논현동 주공13단지(푸르내마을 휴먼시아)다. 단지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있었다. 단지 안에 학교를 품고 있는 초품아는 아니지만 단지에서 학교 운동장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쪽문이 있다.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예상 밖 풍경에 적잖이 당황했다. 평일 오후 4시쯤이라 사장님 혼자 부동산을 지키고 있는 한가로운 풍경을 상상했다. 하지만 큰 테이블은 상담받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고, 서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소란스럽고 북적북적했다. 사실 방문 전에 미리 전화를 했는데 지금 볼 수 있는 집이 없으니 내게 다시 연락을 주겠다 하셨었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 그냥 찾아갔는데 이런 상황이었던 것이다. 멀뚱히 서 있다가 테이블에 빈자리가 나서 앉았다.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물었더니 사장님이 본인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셨다. 원래 거래가 꾸준히 있던 단지인데 요 며칠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서 매물을 쓸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경매 물건의 낙찰가가 높았던 이유가 바로 이해됐다.
그래도 집을 보고 싶다면 방금 팔린 집을 보여주겠다 하셨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높은 경매 낙찰가의 이유가 궁금해서 찾아왔을 뿐 매수하려고 온 것은 아니었다. 이 아파트는 공급면적 기준 21평과 23평이 있다. 이 물건은 21평으로 매수인이 아침부터 기다리며 사장님과 점심에 짜장면을 같이 시켜먹으며 버티는 정성 끝에 매수한 집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 채를 더 사려고 매물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사장님은 한 명씩 집을 보여줄 여유가 없다 하셨다. 나는 아이를 데려 온 아주머니와 함께 팀을 이뤄 집을 구경하러 나섰다.
17층까지 있는 동의 13층에 위치한 집이었다.
신발장 앞 중문, 거실 벽 정도를 리모델링한 것 같다.
집 내부를 보고 나니 나도 죽 치고 기다리다 매물이 나오면 하나 사야 하나 하는 생각이 슬며시 올라왔다. 부동산으로 돌아와서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 아파트가 근처에 없는 소형 아파트라 희소성이 있다고 하셨다. 나와 팀을 이뤄 집 구경을 한 아주머니는 경기도 양주에서 왔다고 하셨다. 옆에서 계약서를 쓰고 급히 자리를 뜬 분은 부산에서 왔단다. 점점 마음이 급해졌다.
기다리던 중 23평 매물을 하나 볼 수 있게 됐다. 이번에도 양주에서 온 아주머니와 함께 집을 보러 갔다. 이 물건은 빈 집이 아니라서 내부 사진을 찍지 못했다. 6층이었는데 앞서 본 집보다 뷰가 더 좋았다. 특히 뒷베란다에 서니 초등학교 운동장이 내려다보였다. 남자아이 둘을 키우는 집이었는데 아이들이 커서 좀 더 큰 평수로 옮기려고 집을 내놨단다. 부동산으로 돌아와서 다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양주 아주머니도 내적 갈등에 빠져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 상황에 매수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생각과 충분한 공부 없이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생각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고민 끝에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부동산을 나섰다. 단지 입구에서 수인선 소래포구역까지 도보로 천천히 걸었는데 약 9분이 걸렸다.
그 뒤 열흘 정도 지난 지금, 네이버 부동산 매물 호가가 1~2천 이상 올랐다. 그나마 남은 매물은 1층이다.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결과적으로 그 때 사는 게 맞았다. 지역에 대한 충분한 공부가 돼 있었다면 주저없이 샀을 것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한 뼈아픈 경험이었다. 현장의 중요성도 확인했다. 전화만 해보고 가보지 않았다면 높은 낙찰가의 이유는 내게 영원히 미스테리로 남았을 것이다. 이 단지는 관심 목록에 넣어두고 꾸준히 지켜볼 예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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